스토리텔링

[스토리텔링]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은 왜 망했을까?

회색고양이76 2026. 1. 16. 12:00

 

일론 머스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할 때, 덜 멍청한 핵심 아이디어를 제시하라고 말입니다.

핵심 아이디어가 멍청하다면 아무리 재능 있고 유능한 사람들이 그 일에 달려들어도

결과가 나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결론은 뭐다?

핵심 아이디어가 좋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핵심 아이디어가 나쁘면 결과도 나쁘다.

영화 전독시가 그렇다.

 

 

전독시는 절대로 영화화하기 좋은 작품이 아니었습니다.

설정도 진짜 많고 등장인물도 많고 심지어 이야기도 엄청 깁니다.

이걸 드라마도 아니고,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시간의 제약이 굉장히 심한 영화로 만든다?

핵심 아이디어가 나쁜 것입니다.

전지적 독자 시점을 영화화한다는 핵심 아이디어는 최악이었습니다.

실사화하기 굉장히 쉬운 작품이었고, 심지어 드라마로 제작되었지만,

괴상한 취향을 가진 감독 때문에 망해버린 카우보이 비밥의 경우와는 반대의 경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작품들이 이런 식으로 플랫폼을 잘 못 만나서 망합니다.

드라마로 나왔으면 좋았을 작품이 영화로 나와서 망하고,

출판 소설로 잘 될 작품이 웹소설로 나오고, 게임으로 나와야 할 스토리가 영화로 나오고.

그렇기에 반드시 플랫폼이 바뀔 때는 각색해야 하고 해당 플랫폼에 맞는 각색을 해야 합니다.

"원작 존중" 역시 중요하지만, 이 경우에는 좀 문제가 복잡합니다.

감독은 다르지만, 제작사는 같았던 신과 함께를 본다면

그 작품 역시 전독시와 마찬가지로 원작 존중이 없었다는 평가가 많고, 저 역시 똑같이 생각합니다.

하지만 잘못된 각본이었냐고 묻는다면 완전히 동의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영화 같은 경우엔 주인공이 좀 더 주도적이고 더 굉장한 인물이어야지 극을 이끌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인공의 캐릭터를 비범한 인물로 바꾼 각색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신파가 훨씬 강해지고 뭔가 더 스펙터클한 연출이 많아진 것 역시 영화이기에 그런 방식으로 연출한 것입니다.

그런 게 먹히거든요.

그렇기에 신과 함께의 각색은 영화화를 위한 좋은 각색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독시의 경우엔 어떻게 각색하더라도 결과는 좋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영화의 각색은 형편없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이상한 부분은 한두 곳이 아니긴 한데,

일단 독자의 캐릭터가 잘못되었습니다.

독자가 멸살법의 결말을 마음에 들지 않아서 작가에게 "최악"이라고 말한다? 이건 독자가 아닙니다.

거기에 작가가 독자에게 그렇게 마음에 안 들면 네가 결말을 써보라는 식으로 답하는 것은

원작에 대한 몰이해를 넘어 파괴에 가까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런 각색이 영화화에 좋은 영향을 끼쳤냐고 물으신다면 전 아니요. 라고 답하겠습니다.

애초에 1편으로 끝나는 영화도 아니잖아요.

"내가 원하는 결말을 만들어보겠다!"로 끝날 수밖에 없는 영화에서 이런 각색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감독인지 작가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독자를 통해서 사회문제.

MZ 세대의 불안정함과 미숙함 등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으로 느껴집니다.

하지만 과연 이게 좋은 생각이었을까요?

전독시는 "현재의 삶이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내가 좋아하던 소설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를 말하는 소설이 아닙니다.

오히려 독자와 작가와의 관계. 그리고 좋은 작품은 무엇이고 이야기란 무엇일까에 대해서 고민하고

탐구한 작품에 가까웠습니다.

웹툰을 보든 소설을 보든 이 부분은 똑같습니다.

작가의 고민이 많이 묻어나는 부분이기도 했죠.

하지만 영화는 이 부분을 철저하게 무시했고, 독자의 각종 기술을 전혀 보여주지 않으면서

전독시만의 매력과 작품을 관통하는 핵심 서사를 잃어버렸습니다. 

그 대신 사회문제에 집중하면서 많은 것을 잃어버렸고, 독자의 매력도 사라졌습니다.

주인공이 극을 이끌지 못하면 끝이죠.

 

 

후반부로 가면서 스펙터클한 전투씬을 보여주려 노력하지만, 별 효과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극의 핵심 갈등은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이 멸살법의 세상처럼 변했는데, 뭐 달라진 게 없습니다. 갈등은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고

미숙한 MZ 세대 청년이 자기가 원하는 세상 속으로 떨어져서 조금 성장했다.

뭐 이 정도의 서사가 이 영화가 만든 전부입니다.

조연 캐릭터들은 원작과는 너무 달라져서 보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이 달라진 캐릭터들이 일반 관객들에게 매력적이었는지도 의문입니다.

소품과 배경 CG, 그리고 전반적인 아트 디렉팅도 별로였다고 생각합니다.

원작에 대한 몰이해와 형편없는 각색, 연기, 아트 등등 많은 것이 문제였지만,

역시 전지적 독자 시점을 영화화한다는 생각이 제일 문제였습니다.

제작사의 안일한 생각 때문에 망했다.

이것이 제 결론입니다.

다음 시간엔 훌륭한 각색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스포하자면 영화 "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