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DC] 맨 오브 스틸 - 슈퍼맨 캐릭터 구축에 실패했을 때

회색고양이76 2026. 1. 30. 12:00

*스포주의*

 

저는 개인적으로 DC를 응원했었습니다.

마블이야 너무 잘 나가고 또 재미있게 보고 있었습니다.

DC에도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스토리가 있기에 그것을 영상으로 만나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서로가 경쟁할 때 관객에게 더 좋은 상황이 펼쳐질 것으로 생각했기에

전 DC를 응원했습니다.

잭 스나이더의 시대는 가고, 제임스 건의 시대가 시작된 지금

새로이 나올 DC 영화들을 리뷰하기 전에 몇 개의 DCEU 영화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맨 오브 스틸을 재평가하는 분들이 계시지만, 절대 바뀌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슈퍼맨의 캐릭터를 구축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솔직히 잭 스나이더의 슈퍼맨은 제가 알던 슈퍼맨이 아니었습니다.

진실과 정의 그리고 미국의 방식(?)의 현현 같은 슈퍼맨이 아니라

뭔가 잭 스나이더의 뒤틀린 버전의 슈퍼맨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 때문에 슈퍼맨의 본토인 미국에서도 상당한 반감과 비판이 있었습니다.

특히 조드 장군의 목을 꺾어버리고 분노하는 슈퍼맨의 모습은 가위 충격적이어서

많은 슈퍼맨 팬에게 상처를 주는 것을 넘어서 분노를 유발한 장면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슈퍼맨은 어떤 인물이었을까요?

 

 

슈퍼맨은 선과 정의의 현신 같은 인물입니다.

신과 같은 힘을 가지고 있지만, 항상 약자를 돕고 곤경에 빠진 사람들을 구합니다.

언제나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 그것이 슈퍼맨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제 머릿속에 있는 슈퍼맨은 슈퍼맨 리턴즈의 슈퍼맨입니다.

영화는 좀 재미없지만, 아직도 그래 이게 진짜 슈퍼맨이지. 라는 말이 나오는 슈퍼맨.

그것이 슈퍼맨 리턴즈의 슈퍼맨이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흥행이 말해주듯 이젠 시간이 너무 많이 흘러버렸습니다.

2차 세계 대전 이후도 아니고 냉전 시대도 아닙니다.

시대는 변했습니다.

진실과 정의 미국의 방식(American way)은 변질된 지 오래입니다.

즉, 이젠 너무 촌스러워진 것이죠.

그래서 변화가 필요했고, 잭 스나이더 감독이 원하는 원치 않든,

그 누가 감독이었어도 변화는 불가피했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 변화 과정에서 슈퍼맨의 캐릭터 구축에 실패했다는 점입니다.

 

 

슈퍼맨에게는 2종류의 부모님이 계십니다.

낳아주신 부모님과 키워주신 부모님이죠.

슈퍼맨은 캔자스. 즉, 우리나라로 치면 거의 강원도 두메산골 같은 곳에서

아주 심성이 여리고 착한 부모님 밑에서 자랐습니다.

미국의 전통적인 가치관을 습득하며 자란 소년이 자신의 힘을 각성하고

우주 부모님의 메시지를 전달받아 우리가 아는 슈퍼맨이 된다는 이야기.

이것이 슈퍼맨의 기원입니다.

그래서 미국을 상징하는 인물이죠.

전 세계를 호령하는 초강대국. 그리고 항상 약자를 돕고 선을 행하는 존재.

미국인들은 자기 자신들을 이렇게 보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20세기에 여러 명분을 세워서 전쟁한 것을 후회하지만,,,)

 

웃긴 건 잭 스나이더 버전의 슈퍼맨은 다 비슷한데 뭔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지구 아빠는 네가 선을 행하는 것이 좋은 의도였어도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가르칩니다.

네 정체를 세상이 감당하지 못할 테니 숨겨야 한다는 것이었죠.

우주 아빠는 네가 지구인들을 도와서 크립톤인들과 지구인들 사이에 다리가 되라고 가르칩니다.

슈퍼맨에게는 코덱스가 있어서 원한다면 크립톤을 부활시킬 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슈퍼맨은 고뇌하게 됩니다.

내가 지구인들을 도와야 하나? 돕지 않아야 하나?

그런데 영화가 끝날 때까지도 슈퍼맨은 고민만 하고 결론을 내지 않습니다.

심지어 후속작인 배트맨 대 슈퍼맨에서조차 동일합니다. 

이게 문제입니다.

어떤 인간적인 고뇌를 하는 것은 좋습니다.

그런데 선택해야죠. 

결심하고 선택하고 어떤 고뇌가 찾아오든 극복해야 할 것 아닙니까.

그런데 슈퍼맨은 이것을 하지 못합니다.

DCEU가 끝날 때까지 말이죠.

그리고 문제는 이것만이 아닙니다.

 

 

조드 장군과의 싸움에서 슈퍼맨은 주변의 피해는 생각하지 않고

모든 힘을 다 쏟아내며 조드 장군과 함께 메트로폴리스를 거의 개박살 냅니다.

렉스 루터의 계략 때문에 메트로폴리스가 큰 위기에 처했을 때,

초인적인 능력으로 수많은 사람을 구해낸 슈퍼맨 리턴즈와는 정반대죠.

사람이 죽든 말든 신경 안 쓰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건 슈퍼맨의 변화나 아니면 재미있는 액션 연출을 위한 선택이었겠지만,

슈퍼맨의 캐릭터를 크게 훼손했고

마지막에 슈퍼맨이 조드 장군을 죽이고 절망하는 장면은 최악이었습니다.

 

영화 내적으로 사실 문제가 더 많지만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캐릭터 구축 실패를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마블과 DC의 차이점도 여기서 알 수 있는데요.

 마블은 토르 1편을 만들 때 알고 있었습니다. 만들기도 어렵고 흥행도 쉽지 않은 영화라는 것을 말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로키만은 최대한 매력적인 빌런으로 구축하려고 애썼고,

그것을 성공했습니다.

타노스 그 이상으로 로키는 매력적인 빌런, 아니 캐릭터였습니다.

마블의 초창기 작품들은 이렇듯 대부분 캐릭터 구축에 많은 에너지를 썼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구축하는데 커다란 자산이 되었습니다.

DC는 이 부분에서 실패했고, 결국 망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배트맨 대 슈퍼맨의 철학?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