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주의*

처음엔 재미있는 추리 영화라고 생각하며 봤지만,
2번째 보았을 때는 미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폭로하는 영화였습니다.
2편, 3편까지도 이런 성격은 변하지 않고 계속 됩니다.
오늘은 추리/탐정물이라는 장르는 좀 배제하고
영화 나이브스 아웃 1편을 미국의 현실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해보겠습니다.

1. 가문의 중심 : 할런 트롬비
위의 사진의 중심에 있는 인물입니다.
처음에 죽는 인물이죠. 자수성가한 사람이고 미스터리 소설을 써서 가문의 모든 부를 창출한 사람입니다.
할런이 뜻하는 것은 아마도 건국의 아버지들일 것입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를 설계하고 만든 사람들이죠.
유럽에서 개발된 수 많은 신기술들을 마구 실험할 수 있었던 땅이 미국이었고,
미국의 축복받은 지정학적 특성을 아주 잘 살려서 우리가 아는 지금의 미국을 만든 사람들입니다.
이 사람은 자신의 부가 자식들을 망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죽기 전에 모든 관계를 끊으려 했죠.
그가 죽기 전에 의지했던 것은 마르타라는 간병인이었습니다.

2. 모든 일을 다 하는 이민자 : 마르타
마르타는 이민자입니다. 유일한 정상인처럼 보이고, 또 어딘가 불안정해보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아마도 그녀가 미국 사회에서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다 하면서도
불안정한 수입과 복지로 생계를 이어가는 미국의 이민자를 뜻하는 인물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할런 트롬비의 죽음과 그녀를 둘러싼 음모는
이민자들이 미국 사회를 지탱하고 있음에도 미국에서 무슨 사회적 문제만 생기면
전부 이민자들을 탓하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미국사회를 비판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녀를 대하는 태도를 보며 우리는 각 가족 구성원들이
어떤 인물인지 아주 적나라하게 알 수 있습니다.
3. 첫째 딸 가족 : 가짜 능력주의? 금수저? 네포 베이비?

3-1. 린다 드라이스데일(할런의 장녀) : 가짜 능력주의
린다는 나름 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보입니다.
무능한 막내 아들과는 달리 이 여자는 자신의 능력으로 성공한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아닙니다.
이 여자는 아버지로부터 100만 달러를 빌려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이것부터가 굉장한 특권을 지닌 것인데,
이 여자는 순수하게 자신의 힘으로 성공했다고 굳게 믿는 사람입니다.
아마도 수 많은 미국의 성공한 사람들을 은유하는 캐릭터일 것입니다.
그들이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가문의 부와 지원을 받지 못했다면, 그렇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3-2. 리처드 드라이스데일(할런의 사위) : 이방인 혐오
이 남자는 진짜 혐오스럽죠.
뭐, 일도 안하는 것 같고 아내(린다)의 돈으로 풍족하게 먹고 사는 것 같은데,
심지어 바람까지 핍니다. 마지막에 린다가 그의 외도를 알게 되죠.
거기에 아주 노골적으로 이방인/이민자를 혐오합니다.
"미국은 우리의 땅"이라고 외치고 합법적으로 미국에 들어와서
일을 하고 이민을 하라면서도 정작 본인은 도덕적이지 못합니다.
이런 성향을 지닌 미국의 기득권 남성들을 은유합니다.

3-3. 랜섬 드라이스데일(할런의 손자/크리스 에반스가 연기함.) : 기생충
자기가 어떤 일을 하거나 사업을 해서 돈을 벌 생각은 안 하고
부자인 할아버지의 유산을 물려받아 손쉽게 부를 얻고 싶어하는 인물입니다.
할런을 죽음으로 몰아간 인물이며
아주 쌍놈새끼처럼 묘사되는 인물입니다.
맨 처음으로 할런의 유산 상속 목록에서 제외된 인물이기도 합니다.
할런의 입을 통해 가장 자신을 많이 닮은 인물이라고 언급되지만,
그는 그 똑똑한 머리와 야망을 가지고도 자신만의 무언가를 하려하지 않습니다.
할런은 자신의 유산이 그를 망쳤음을 깨닫게 됩니다.
현재 미국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어떻게 몰락하는지를 보면 참 통쾌하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4. 며느리와 손녀 : 가식적인 진보와 위선

4-1. 조니 트롬비(할런의 며느리) : 가식적인 진보와 위선
죽은 아들 닐의 아내입니다.
할런으로부터 딸의 학비를 이중으로 받아 챙기다가 걸려서 지원이 끊길 위기에 처하는 인물입니다.
평화와 사랑, 친환경을 외치지만 실상은 할런의 돈으로 사치를 누리는 인물입니다.
허영심이 많은 미국의 중산층을 풍자합니다.

4-2. 멕 트롬비(할런의 손녀) : 가식적인 진보와 위선
이 손녀는 할런이 유일하게 학비를 대주며 아꼈던 사람이었습니다.
이민자인 마르타와도 친하게 지내며 자신과 동등한 사람 취급을 해주었고, 친구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입으로는 사회의 정의와 진보적인 가치를 말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보약(?)을 하는 것에서부터 뭔가 싸해지는데요.
나중엔 자기 학비에 문제가 생기자 가족들처럼 마르타를 압박합니다.
결국 실천은 없는 미국의 젊은 지식층의 한계를 드러내는 모습을 보입니다.
5. 무능한 관리자와 극우화된 미래

5-1. 월트 트롬비(할런의 막내 아들)
할런의 출판사 사장이지만, 사실상 아버지의 판권만 관리하는 대리인입니다.
할런에게 해고당하면서 큰 위기에 노출된 인물이죠.
스스로 무언가를 창조할 능력은 없으면서 아버지가 세운 시스템에 기생하며
권위만 누리려는 약한 남성상을 상징합니다.

5-2. 제이콥 트롬비(월트의 아들)
이 녀석은 극우 청소년입니다.
뭔가 멀끔하게 생기긴 했지만, 속은 아주 시커먼 인물이었습니다.
인터넷의 폐쇄적인 정보 속에서 극우 사상에 빠져들어서
다른 사람들이 다 거실에서 교류할때도 혼자 화장실에 틀어박혀서 인터넷만 하고 있었죠.
타 인종과 이민자에 대해서 아주 노골적인 적개심을 드러내는데,
이는 미국의 어두운 미래 세대를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맨 마지막에 이 집(미국)은 우리 가문의 유산이라고 누군가 외쳤을때,
탐정 브누아 블랑은 웃음을 터트리며 이 집은 할런이 80년대에 파키스탄 부자에게 구입한 것이라고 답하죠.
그것은 미국이 원래 미국인의 땅이 아니라
원주민의 땅이었고, 미국인들이 그들의 땅을 빼앗은 것이라는 역사를 꼬집은 장면이었습니다.
통쾌하기도 했고, 참 재미있었습니다.
맨 마지막에 마르타가 커피를 마시는 장면과
머그에 쓰여진 문구는 이 영화의 백미였습니다.
이 영화가 나온지도 벌써 꽤 많은 세월이 지났습니다.
하지만 또 다시 돌아온 트럼프의 시대에 더 좋아지기는커녕
더 안 좋아진 것만 같아 마음 한켠이 안 좋아지는 영화였습니다.
나이브스 아웃 시리즈는 이런 성격이 계속 이어지기 때문에
또 리뷰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쨌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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